특검법에 야유·박수 교차한 본회의장…"입법폭주" 뛰쳐나간 與

2일 국회 본회의에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

2024-05-03 07:18
Comments 25
野 주도 특검법 처리에 與에선 고성 터져…회의장 분위기 '싸늘'이태원 참사 유족들, 특별법 처리에 눈물…해병대 예비역들도 국회 찾아

설승은 계승현 조다운 오규진 기자 = 2일 국회 본회의에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이 상정되자 회의장에는 여당 의원들의 야유와 야당 의원들의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특검법 처리를 주도해 온 야당 의원들이 환호한 것과는 달리, 법안 강행을 반대해 온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다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날 본회의에는 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찾아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태원법)의 통과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처리 규탄하는 윤재옥 권한대행 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처리 규탄하는 윤재옥 권한대행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야당을 규탄하고 있다. 2024.5.2

◇ '채상병특검' 野주도 통과…與, 집단퇴장해 규탄대회

이날 본회의는 여야가 전날 합의한 이태원법을 통과시킬 때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에게 '의사일정 변경 동의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급변했다.

특검법 처리에 반대해 온 여당 의원들의 표정이 급격히 싸늘해지며 회의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번졌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회의장 앞으로 불러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눴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 이어졌다.

결국 김 의장은 여야의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서 민주당의 요구대로 채상병 특검법 상정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과 민주당을 향해 야유하거나 큰 소리로 항의했고 끝내 일제히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장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고 일부 의원들은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당장 표결에 참여하라", "총선 지고도 정신 못 차렸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결국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5인 중 164인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여당 의원 가운데서는 김웅 의원만 홀로 회의장에 남아 기권표를 던졌다.

특검법 상정 직후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는 것은 이번 총선 민심"이라며 "특검에 반대해 자리를 비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총선 민심을 똑바로 새기라"고 말했다.

반면 회의장을 뛰쳐나간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퇴장 후 로텐더홀에서 '반민주적 반의회적 입법 폭주 규탄한다', '협치 아닌 독주 민주당을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규탄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안은 회의장에 남은 유일한 여당 의원인 김 의원 및 민주당 재석 의원 전원(168명)의 찬성으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빨간색 셔츠 차림의 해병대 전우회 회원 20여명은 법안이 의결되자 손뼉을 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경례했고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을 흘렸다. 일부는 큰 소리로 흐느끼기도 했다.

해병대 214기 출신의 이근석 씨는 법안 통과 후 "자기 아들이 죽었다면 이렇게 해결할 것이냐.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정신 차려라. 이렇게 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거수경례하는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 거수경례하는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

신준희 기자 =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2024.5.2

◇ 이태원법 처리에 흐느낀 유족들…전세사기법도 통과

한편 여야는 특검법 처리 직전 이태원법을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20여명은 참사 희생자 추모의 의미를 담은 보라색 상의를 입고 방청석에 자리해 법안 표결을 지켜봤다.

법안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교흥 위원장은 법안 심사 보고에서 "참사가 발생한 지 552일째 되는 날인데 이제야 여야 합의로 법안을 처리하게 돼 유가족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표결이 종료되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재석 259인 중 찬성 256인, 기권 3인으로 이태원 특별법은 가결됐다"고 선포하자 유가족들은 손뼉을 치며 포옹했다.

흐느끼며 눈물을 닦아내는 유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표결에 임했으며 법안 통과 이후에도 침묵을 이어가는 등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정쟁으로 1년 6개월간 끌었는지 원망스럽다"면서도 "오늘 결실을 봐 심경이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안도 찬성 176인, 반대 90표, 무표 2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엔 참여했지만 대부분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 역시 본회의장을 찾아 '전세 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공범 및 주범 엄중 처벌'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긴장된 모습으로 표결을 지켜봤고, 표결이 끝나자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참을 수 없는 눈물 참을 수 없는 눈물

신준희 기자 =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태원참사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5.2

Share Post
답장을 남겨주세요
다음에 이 브라우저에 내 이름, 이메일 및 웹사이트를 저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