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라' '워메'…정겨운 우리 말맛, 사투리를 만나다

몹시 화가 나는 상황,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한 여성이 얼굴을 찌푸린 채 말한다. "아 아야라 대싸 댔다고!"

2024-04-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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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방언 조사 자료·문헌 등 432점 한자리에…팔도 방언 영상 눈길 방언을 주제로 한 전시 '사투리는 못 참지!' 방언을 주제로 한 전시 '사투리는 못 참지!'

이재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사투리 시청각 자료를 체험하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날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2024.4.18

김예나 기자 = 몹시 화가 나는 상황,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한 여성이 얼굴을 찌푸린 채 말한다. "아 아야라 대싸 댔다고!"

경상도 사람은 "치아라 시끄럽다"고 하고 전라도 사람은 "워매"라며 말을 뗀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말투와 어휘, 표현 방식도 제각각. 지역이나 속한 집단의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방언을 조명하며 언어문화를 되짚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를 19일부터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딸기가 좀 시다'의 경상도 방언은? '딸기가 좀 시다'의 경상도 방언은?

이재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사투리 시청각 자료를 체험하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날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2024.4.18

지역 방언의 개념과 의미, 다양성 등을 보여주는 자료 294건 43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를 준비한 문영은 학예연구사는 개막 하루 전인 18일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 "우리가 쓰는 말, 우리 주변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집중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방언은 '오방지언'(五方之言)을 줄인 말로,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쳐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수도 서울의 위상이 날로 커지면서 표준어와 방언이 나뉘게 됐고, 과거 신문이나 교과서 등에서는 방언을 '지역의 말' 혹은 '비공식적인 말'로 여기기도 했다.

'내 사투리 점수는 몇 점?' '내 사투리 점수는 몇 점?'

이재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사투리 능력고사'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날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2024.4.18

전시는 사람들이 표준어와 방언을 어떻게 여겨왔는지 짚으며 시작된다.

1900년 10월 9일 한글날에 발간된 '황성신문' 논설은 각 지역 방언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경기도 말씨는 새초롬하고,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며,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 충청도 말씨는 정중하며, 전라도 말씨는 맛깔스럽다…." (논설 '언어가정' 중에서)

1966년 초등학생들이 썼던 국어 교과서는 "외국에서는 자기 나라 표준말을 못 쓰는 사람은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라고 천대까지 받는다더라"며 표준어와 방언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시와 소설 등 문학 작품에 담긴 다양한 방언 표현을 소개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박목월 시인이 방언으로 쓴 시집 박목월 시인이 방언으로 쓴 시집

이재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박목월 시인이 방언으로 쓴 시집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날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2024.4.18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시인 김영랑(1903∼1950)은 1949년 쓴 시 '연'에서 '아스라하다' 또는 '까마득하다'는 의미를 가진 전라도 방언인 '아슨풀하다'를 활용하기도 했다.

소설가 김동인(1900∼1951)의 '감자'에 나오는 문장인 "아즈바니. 오늘은 얼마나 벌었소? 한 댓 냥 꿰 주소고레"에는 작가의 고향인 평안도 방언이 담겨 있다.

박두진(1916∼1998)이 직접 제작한 도자기에 자신의 시 '해'도 인상적이다. 박두진은 경주, 밀양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시에 담긴 일부 표현에서는 방언을 찾을 수 있다.

전시에서는 지역 방언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도 비중 있게 다룬다.

'팔도의 말 풍경' '팔도의 말 풍경'

이재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날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2024.4.18

1980년에 한 '한국방언조사' 질문지부터 방언 연구자들이 사용한 카세트테이프, 조사 노트, 가방, 녹음기 등 방언을 캐고 모은 자취를 보여준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국어 방언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78년부터 전국 138개 군을 직접 조사한 과정과 그 결과물도 공개된다.

문 학예연구사는 "방언을 모으고 한글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언어문화를 보전하는 일"이라며 "방언의 다양성과 가치, 한글의 힘을 발견하고 우리 말글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며 익히는 방언의 특성을 살린 점이 특징이다.

방언을 주제로 한 전시 '사투리는 못 참지!' 방언을 주제로 한 전시 '사투리는 못 참지!'

이재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날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2024.4.18

관람객들은 서울, 강원, 충청, 제주 등 전국 팔도의 언어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팔도의 말맛' 영상을 보면서 같은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지 볼 수 있다.

북한 평안, 함경 출신 사람도 참여해 북한의 '말맛'도 느끼게 해준다.

서울 중구 토박이회, 제주 구좌읍 평대리의 해녀 등을 조사한 영상과 방언학자들이 실제 조사 과정에서 채록한 녹음 자료도 곳곳에서 들어볼 수 있다.

지역뿐 아니라 세대, 직업 등에 따라 달리 쓰는 '사회적 방언'도 설명한다.

김희수 전시운영과장은 "한글이 있었기에 각 지역의 방언을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었다"며 기록문화 유산으로서 한글의 역할과 가치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0월 13일까지.

방언 조사 자료들 방언 조사 자료들

이재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방언 조사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날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20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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