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건네는 공감과 위로…마음의 병 다룬 작품 잇따라 무대에

사회적 불안장애를 가진 청소년,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주인공, 양극성 인격장애를 앓는 엄마….

2024-01-2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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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반 핸슨'·'이상한 나라의, 사라' 등 정신질환 소재 작품들 개막

최주성 기자 = 사회적 불안장애를 가진 청소년,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주인공, 양극성 인격장애를 앓는 엄마….

정신질환을 소재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들은 생각보다 많은 현대인이 마음의 병을 앓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런 공연들은 여가와 오락에 그치지 않고 정신질환에 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거나 아픔을 위로하고 직시하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27일 공연계에 따르면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과 '넥스트 투 노멀',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 등 정신질환을 소재로 공감과 인식 변화를 끌어내는 작품들이 잇달아 관객들을 만난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월 28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신작 '디어 에반 핸슨'은 사회적 불안장애를 가진 소심한 소년 에반 핸슨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작품은 저마다 상처를 지닌 인물을 함께 등장시켜 현대인들이 흔히 경험하는 외로움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다. 허세와 허풍으로 외로움을 감추는 재러드, 분노와 불만이 가득한 아웃사이더 코너 등이 등장한다.

3월 5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무대에 오르는 '넥스트 투 노멀'은 흔히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인격장애를 다룬 뮤지컬이다.

16년간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아온 엄마 다이애나를 중심으로 내면에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굿맨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작사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은 양극성 인격장애에 관한 수기와 연구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정신질환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진정한 행복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다.

두 작품 모두 초연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디어 에반 핸슨'은 2015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초연해 2017년 토니상 6개 부문을 차지했다. '넥스트 투 노멀'은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뒤 토니상 3관왕에 올랐고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받았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포스터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포스터

[엠피앤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반적인 공연과 다른 형식으로 정신질환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뮤지컬과 연극도 있다.

다음 달 25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토크 콘서트 형식을 빌려 낯선 소재가 주는 부담을 덜었다.

작품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키키가 토크쇼에 출연해 치료와 회복 과정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정서,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한 인격장애를 일컫는다.

홍지원 PD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계성 인격장애는 유병률이 높아 주변에서 겪을 확률이 낮지 않은 병이지만 국내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진다"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 부담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밝혔다.

기자간담회 중 시연 기자간담회 중 시연

이재희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에서 공연작품 중 하나인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출연진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2024.1.16

신작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엄마의 조현병 진단과 함께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고등학생 사라의 성장을 담았다.

드라마와 함께 학문적 정보를 전달하는 '렉처 퍼포먼스'(Lecture Performance)의 형식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조현병에 관한 왜곡된 편견을 바로잡는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연극으로 공감을 끌어낸다.

작품은 2월 2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

[창작집단 상상두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신질환을 다룬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수정 뮤지컬평론가는 "정신질환에 관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이 사회적으로 많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런 공연들이 "현대사회 현상을 반영하면서도 특정 질환에 관한 인식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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