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업 재개에도 강의실은 '썰렁'…비대면엔 실효성 의문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국 의대들이 수업 시수 확보를 위해 미뤘던 수업을 재개하고 나섰다.

2024-04-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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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이후 개강 마지노선…집단 유급 어쩌나 가운만 남은 의대 강의실 가운만 남은 의대 강의실

윤관식 기자 = 동맹휴학 등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들이 대량 유급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국 의대 80%가량이 수업을 재개한 15일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4.15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국 의대들이 수업 시수 확보를 위해 미뤘던 수업을 재개하고 나섰다.

대학들은 동영상 강의를 올려놓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휴학계를 제출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의대의 개강 마지노선이 이달 중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집단 유급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수업 재개했지만 학교는 한산…비대면 강의 실효성 우려도

대구가톨릭대 의대는 15일 '대면' 방식으로 수업을 재개했지만, 대부분 휴학계를 낸 탓인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구가톨릭대는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재개한 수업을 녹화해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울산대 의대도 수업을 재개했으나, 사실상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대 의대 학과장은 이날 오후 학생 대표와 만나 수업에 출석할 것을 설득할 방침이다. 일정을 조율해 수업을 중단하고 이달 말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 의대도 이날부터 본과 1∼2학년, 예과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경상국립대는 2∼3주 이내에 수업 동영상을 시청하면 출석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유급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면 방식이 필요한 임상실습은 오는 22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경상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동영상 시청 등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다가 5월 둘째 주부터 대면 수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며 "이렇게라도 학생들 유급을 막을 수밖에 없다. 아직 병원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이 이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지난달 4일 이후 여러 차례 수업을 연기한 끝에 이날 수업을 시작한 부산대 의대는 앞으로 온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병행해 진행한다.

이번 주를 포함해 대부분 수업은 당분간 비대면인 동영상 강의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개강한 동아대 의대는 수업을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는 실습수업을 받아야 하는 본과 3∼4학년의 경우 오는 29일부터 임상실습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충북대 의대도 의예과와 본과가 각각 지난달 4일, 25일 개강한 가운데 의예과와 본과 1·2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비대면 동영상 강의로 전환했다.

오는 8월 31일까지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면 출석이 인정된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본과 3·4학년도 실습이 필요하지 않은 교과목의 경우 이번 주부터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부터 수업을 재개한 가천대 의대는 기존 대면 방식에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혼합해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지난 8일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의대생들에게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학교로 돌아오라고 호소문을 올렸으나 수업 불참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수업을 재개한 충남대 의대도 학생들의 출석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들이 무더기 유급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비대면 수업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충북대 의대 한 교수는 "시험도 보지 않고 학점을 주는 학사 일정은 6·25 때도 없었을 것"이라며 "학생들 대다수가 휴학계를 제출했는데 동영상 강의를 올려놓은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 이달 중순 이후 개강 '마지노선'…집단 유급 위기

이번 주까지 전국 의대의 80%가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거나 재개한 가운데, 나머지 대학들도 수업시수 확보를 위해 이달 안에 수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 수업일수가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 이달 중하순이 개강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하대 의대는 재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호한다는 취지로 오는 29일부터 유연 학기제 방식으로 수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날 개강 예정이었던 가톨릭관동대 의대도 오는 22일로 개강을 한 주 미루기로 했다.

가톨릭관동대 관계자는 "지난 12일 급히 일정이 변경됐다"며 "다음 주 월요일 개강을 학사일정 운영상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와 을지대 의대도 22일로 수업을 연기하는 한편 하계방학을 없애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수업 일수를 확보하기로 했다.

연세대 원주의대와 순천향대 의대는 수업 재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충남대 의대 관계자는 "22일까지도 장기 결석이 계속되면 본과 학생들의 경우 대규모 유급 처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병원 수입 4분의 1 이상 감소…수술 건수 절반 '뚝'

충북대병원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지난 2월 20일 이래 일 평균 수입이 이전보다 2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입은 월평균 대비 80억원 이상 줄었다.

지난달 재원 환자 수와 수술 건수는 각각 전달보다 40%, 50% 줄었고, 응급실 환자 수도 4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마저 지난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개별적 외래 진료 휴진에 나서면서 경영난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상반기 운영자금으로 차입한 500억원이 곧 소진될 예정이어서 수백억 규모의 추가 차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5개 병동 140여개 병상을 줄이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의료의 질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아주대병원은 지난 4일 의대 교수 100여명이 대학 측에 사의를 밝힌 가운데,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대부분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5일이면 의대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 민법상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상황이 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현기 강태현 김근주 이강일 천경환 권준우 박정헌 박성제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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