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내음 따라 날아든 아름다움…옛 그림 속 꽃과 나비 만나볼까

분홍빛으로 물든 꽃잎 사이로 호랑나비가 날아든다. 작은 꽃송이에는 배추흰나비가 날갯짓을 멈추고 앉았다.

2024-04-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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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실서 조선 회화 15점 소개 신명연 '꽃과 나비' 신명연 '꽃과 나비'

고운 비단에 분홍빛으로 물들인 월계화와 나비를 그린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분홍빛으로 물든 꽃잎 사이로 호랑나비가 날아든다. 작은 꽃송이에는 배추흰나비가 날갯짓을 멈추고 앉았다.

눈 앞에 펼쳐진 한 장면일까. 나비의 동작은 물론, 날개 무늬까지도 생생하다.

19세기 문인 화가 신명연(1809∼1886)은 식물 백과사전을 보면서 꽃에 관한 지식을 쌓고, 주변의 풍경을 섬세하게 관찰해 다양한 꽃과 나비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완연해진 봄기운을 느끼며 옛사람들이 남긴 꽃과 나비 그림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김홍도의 부채 그림 '나비' 김홍도의 부채 그림 '나비'

나비 그림 옆에는 '장자 꿈속에 나비가 어찌하여 부채 위에 떠올랐느냐'는 글이 적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이 15일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공개한 '옛 그림 속 꽃과 나비' 전시는 꽃과 나비를 주제로 한 조선시대 그림 15건을 소개하는 자리다.

예부터 꽃과 나비는 그림의 단골 소재였다. 특히 중국에서는 나비가 80세 노인을 뜻하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 장수를 비는 상징으로 여겼다고 한다.

생전 '남나비'로 불린 남계우(1811∼1890)의 나비 그림은 그중에서도 일품이다.

그는 조선에서 나비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화가로 평가받았는데, 그가 그린 나비는 종류와 암수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것으로 이름 나 있다.

남계우의 '꽃과 나비' 남계우의 '꽃과 나비'

두 폭 족자가 쌍을 이루는 작품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두 폭 족자에 남긴 '꽃과 나비' 작품의 경우, 그림을 배울 때 쓰는 교재를 보면서 화면 구도와 나비 동작 등을 익힌 것으로 보이나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서민의 생활상을 해학적 감성으로 표현한 풍속화로 잘 알려진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가 부채에 그린 '나비' 그림도 유명한 작품이다.

그림을 본 표암 강세황(1713∼1791)은 '나비의 가루가 손에 묻을 것 같다'고 평했다고 전한다.

나비 3마리를 그린 그림 옆에는 '장자의 꿈속에 나비가 어찌하여 부채 위에 떠올랐느냐'는 시구가 남아 있어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떠올릴 수 있다.

남계우의 '부채와 나비' 남계우의 '부채와 나비'

괴석과 꽃 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 그림을 홀수 폭에, 둥근 부채와 접 부채 등에 나비와 꽃·산수 등을 짝수 폭에 그린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서는 신명연이 그린 다양한 꽃 그림도 관람객을 맞는다.

고운 비단에 연꽃, 황촉규, 수국, 모란 등을 표현한 그림은 꽃과 가지만을 그리되, 잎은 엷은 물감을 풀어 속도감 있는 필치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박물관 관계자는 "옛사람들이 복을 구하기 위해, 또는 덕을 쌓거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그린 꽃과 나비를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신명연의 '꽃' 신명연의 '꽃'

고운 비단에 모란, 연꽃, 수국 등을 표현한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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