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클랑포룸 빈' 대표 "비르투오소적 현대음악 연주 맛볼 것"

"현대음악의 비르투오소적 연주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2024-03-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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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서 '인 베이' 등 초연…"현대음악, 체험 방향으로 진화"작년 WFIMC 소속 콩쿠르 우승 최다 국가는 한국…"유럽도 배워야" 피터 폴 카인라드 '클랑포룸 빈' 대표 피터 폴 카인라드 '클랑포룸 빈' 대표

[Markus Seppere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애란 기자 = "현대음악의 비르투오소적(표현 기술이 탁월한) 연주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정상급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클랑포룸 빈'이 통영국제음악제 참가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피터 폴 카인라드(60) 대표는 연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1985년에 창단된 클랑포룸 빈은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앙상블로, 프랑스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독일 '앙상블 모데른'과 더불어 세계 최고 현대음악 전문 단체로 꼽힌다.

카인라드 대표는 "현대음악에 있어 빈 필하모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단체를 소개하며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주하는데 거침없고, 연주 또한 훌륭하다"고 자부했다.

실제 클랑포룸 빈은 지금까지 500여개 작품을 초연했으며, 매번 새로운 곡을 작곡가들에게 위촉해 동시대 음악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50개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인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의 '1만1천개의 스트링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카인라드 대표는 '1만1천개의 스트링스'와 관련해 "중국의 피아노 공장을 방문했었는데, 당시 100대 정도의 피아노가 출하 전 동시에 계속 연주되는 엄청난 소리를 듣게 됐다"며 "작곡가 하스에게 '음악적 열반'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곡을 위촉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빈에서 공연할 당시 피아노를 원형으로 놓고, 그 안쪽에 관객들을 앉혔다"며 "관객들이 마치 우주로 향하는 우주선이 느린 동작으로 지구에서 이륙하는 듯한 경험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클랑포룸 빈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클랑포룸 빈

[Cornelia Neuwir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클랑포룸 빈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다음 달 3일과 5일 두 차례 무대에 선다.

연주곡 대부분이 한국 초연 작품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5일 연주하는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의 '인 베인'이다. 이 곡은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21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극찬했던 곡으로,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순환적 시간관념 속에 담고 있다.

카인라드 대표는 "연주를 시작할 때부터 공연장에 전혀 빛이 없이 깜깜한 암흑 속에서 시작된다"며 "지휘자가 있지만, 지휘자를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연주자들이 각자 옆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서 연주하는 걸작"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앞서 다음 달 3일에는 통영국제음악재단의 위촉곡인 이한의 '우리 주크박스가 망가졌어요'를 세계 초연으로 들려주고, 페테르 외트뵈시의 '시크릿 키스', 클로드 비비에의 '가상의 오페라를 위한 세 개의 아리아', 헬무트 락헨만의 '(경직 전의) 움직임'을 한국 초연한다.

카인라드 대표는 현대음악의 최근 경향을 묻자 "작곡가마다 달라서 특별히 주도적인 흐름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전통적인 방식대로 관객들이 관찰자 시점에서 연주를 듣기만 하기보다는 체험하는 방향으로도 진화해 가고 있다"고 답했다.

클랑포룸 빈 역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40주년을 맞는 2025/2026년 시즌에는 '디스토피아 발라드'라는 부제가 담긴 '암오페라'(AMOPERA)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이어져 온 여러 오페라 가운데 16편을 활용해 퍼포먼스 형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카인라드 대표는 "한국의 열려있는 관객들 앞에서 '암오페라'를 공연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러면서 협업해보고 싶은 한국 음악가로는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자 작곡가인 진은숙을 꼽았다.

피터 폴 카인라드 '클랑포룸 빈' 대표 피터 폴 카인라드 '클랑포룸 빈' 대표

강애란 기자 =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클랑포룸 빈'을 이끄는 피터 폴 카인라드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3.28

카인라드 대표는 이번에는 클랑포룸 빈 대표로 내한했지만, 국제 콩쿠르의 흐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국제콩쿠르세계연맹(WFIMC) 의장과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주최하는 페루초 부소니-구스타브 말러 재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카인라드 대표는 부소니 콩쿠르에서 뛰어난 한국 연주자들을 직접 목격하며 한국의 클래식 교육에도 놀랐다고 했다. 부소니 콩쿠르에서는 2015년 문지영, 2021년 박재홍이 우승한 바 있다.

지난해 개최된 WFIMC 소속 58개 대회 결과만 보더라도 한국 연주자들은 두각을 나타냈다. 총 79명의 우승자 가운데 한국인은 17%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탈리아·러시아·미국이 각각 9%를 차지했다. 우승과 2·3등을 포함한 통계를 보더라도 한국이 14%로 가장 많았고, 중국(12%), 러시아(8%), 일본(7%) 순이었다.

카인라드 대표는 "한국의 피아노 교육은 유럽에서도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부소니 콩쿠르에서는 2019년 한국 피아노 음악교육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 교육에는 집중력, 훈련, 확실한 목표 세 가지가 필요한데 유럽 시스템은 더 이상 이런 기능이 안 되고 있다"며 "젊은 음악가에게는 재능이 있어도 이런 훈련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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