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하나만으로 90분 다채롭게 채운 한재민…무반주 리사이틀

보통 10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르는 롯데콘서트홀 무대 한가운데에 첼로 연주자를 위한 단상인 첼로...

2024-03-28 15:59
Comments 16
27일 롯데콘서트홀 상주아티스트 공연…프로그램 현대곡들로 구성 첼리스트 한재민 첼리스트 한재민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애란 기자 = 보통 10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르는 롯데콘서트홀 무대 한가운데에 첼로 연주자를 위한 단상인 첼로단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재민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에서다. 최근 클래식계에서 '영 아티스트'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첼리스트 한재민(18)이 올해의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꾸미는 첫 무대였다. 이날 프로그램북에 적힌 4개의 연주곡 앞에는 모두 '무반주'(Cello Solo)라는 제목이 달려있었다.

보통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 현악기 독주회는 피아노가 반주 악기로 함께 연주되지만, 한재민은 휴식 시간을 포함해 90분에 달하는 공연을 모두 첼로 독주곡만으로 채웠다.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한재민은 앞선 언론 간담회에서 "가슴 속에 꿈꿔왔던 프로그램"이라고 이 공연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눈에 띈 점은 한재민이 무반주 첼로 곡으로 유명한 바흐 같은 고전 레퍼토리가 아닌 현대곡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 바르셀로나 작곡가 가스파르 카사도(1987∼1966),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죄르지 리게티(1923∼2006) 그리고 졸탄 코다이(1882∼1967)의 작품들이었다.

공연 전체를 반주 없이 첼로 연주만으로 채우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인데 작품들도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현대곡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젊은 연주자의 패기와 자신감이 엿보였다. 실제 한재민은 공연에서 자신과 첼로가 가장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줬다. 일반적으로 차분하고 묵직한 소리로 인식되는 첼로의 선율은 한재민이 쥔 활과 손끝에서 다채로운 음과 변화무쌍한 리듬으로 생기를 발산했다.

첼리스트 한재민 첼리스트 한재민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재민은 1부의 첫 곡 존 윌리엄스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세 개의 소품'으로 이날 공연의 분위기를 알렸다. 한재민은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곡을 내달리듯 거칠게 몰고 가며 관객들을 집중시키다가도 극도로 미세한 보잉으로 여리고 섬세한 연주를 이어갔다. 이어진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에서도 현대곡 특유의 강약 대비나 악기의 몸통을 손으로 두들기고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다채로운 연주법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의 메인 공연은 2부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로 한재민은 평상시 쉽게 보기 어려웠던 첼로가 가진 매력을 쏟아냈다. '첼로가 가진 한계에 도전한다'고 평가받는 곡으로 첼로의 모든 테크닉이 등장하는 난곡이지만, 한재민은 "첼로로 이런 것도 가능해요"라고 소개하듯 화려한 기교들을 대담하게 펼쳐 보였다. 손가락으로 현을 튕기거나 활로 현과 현 사이를 빠르게 오갈 때 한재민은 완전하게 음악에 몰입한 듯 보였다. 무엇보다 이날 공연에서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젊은 음악가의 열정과 패기가 느껴졌다.

첼리스트 한재민 첼리스트 한재민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hare Post
답장을 남겨주세요
다음에 이 브라우저에 내 이름, 이메일 및 웹사이트를 저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