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에 다시 국회로 넘어온 양곡법…野, 재의결 추진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지 주목된다.

2023-04-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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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다시 민주당으로…野 "절차 따라 재의결 검토"金의장 '상정 여부' 미지수…재투표해도 與 '자력 부결' 가능與 '거부권 정당성' 부각…6일 후속대책 당정협의 '農心' 달래기 윤 대통령, 양곡법 거부권 행사…재의요구안 의결 윤 대통령, 양곡법 거부권 행사…재의요구안 의결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이다. 2023.4.4

고상민 안채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이른바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5월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7년 만이다.

원내대책회의 발언하는 박홍근 원내대표 원내대책회의 발언하는 박홍근 원내대표

백승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4

공은 앞서 개정안 처리를 주도했던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당장 민주당은 재의결 추진에 나서는 분위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대해 "당과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고위 관계자도 와 통화에서 "법 절차에 따라 재투표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며 "국회의장과 협의해 다시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의석 구조상 민주당이 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끌어모아도 가결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당인 국민의힘(115석)이 '집단 부결'에 나서면 개정안 재통과를 자력으로 막을 수 있어서다.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이정훈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국회의장집무실에서 열린 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포즈를 취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23.4.4

그런데도 민주당이 재의결 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부결되더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전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름 아닌 민생법안이라는 점은 큰 실수"라며 "그런 차원에서 다시 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결과가 어떻든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 상정권을 쥔 김진표 국회의장이 '협조'할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실상 부결 가능성이 큰 법안을 다시 본회의에 올리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자는 주장도 벌써 일고 있다.

실제로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양곡관리법 대안 성격의 쌀 산업보장법(가칭)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당 핵심 관계자는 "일단은 양곡관리법 재투표 문제가 중요하다. 지도부에서 아직은 추가 입법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주호영의 마지막 원내대책회의 발언 주호영의 마지막 원내대책회의 발언

임화영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4

반면,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부각하며 대야 여론전을 강화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법을 막을 방법은 재의요구권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당장은 재의결 추진을 언급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역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국민의당, 정의당과 함께 재의결을 추진했으나 유야무야된 바 있다.

거부권 행사 시점이 19대 국회 종료 직전이라 20대 국회에서 재의결 추진이 어렵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당시에도 가결 가능성이 작다는 실리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행여 법안이 본회의에서 재표결된다 해도 당내 이견이 없는 만큼 부결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체 입법'을 시도할 경우 추가 거부권 행사 건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입법) 절차와 법안 내용을 봐서 국민에게 주는 부담과 폐단이 많다면 계속해서 그런 걸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6일 당정협의를 통해 쌀값 안정과 관련한 후속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행여 돌아설지 모를 '농촌 민심' 달래기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쌀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한 타작물 재배 전환 지원사업 강화 등 대책을 선제적으로 발표해 민주당의 추가 입법 시도를 막겠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서 가결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서 가결

임화영 기자 =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3.23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화를 명목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력히 밀어붙여 왔다.

당초 민주당은 쌀 초과 생산량 3% 이상, 전년 대비 5% 이상 쌀값 하락 시 의무 매입안을 발의했으나 여당 반발 속 김진표 국회의장이 2차례 중재안을 제시하자 이를 반영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여당은 정부의 매입 비용 부담 및 농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지적하며 법안 처리에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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