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삶 의미 고찰"…다시 쓴 2024년판 '햄릿'

"2022년 '햄릿'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2024년 '햄릿'은 죽은 채로 살아있는...

2024-05-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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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책 연출 "죽은자 시선으로 삶 되짚어…'실존주의' 접목"내달 9일부터 84일간 장기 공연…무대·의상·안무 '새로운 시도' 2024 '햄릿' 기자간담회 2024 '햄릿' 기자간담회

강민지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이 극을 소개하고 있다. 2024.5.7

임순현 기자 = "2022년 '햄릿'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2024년 '햄릿'은 죽은 채로 살아있는 '사령'(死靈)들의 연극으로 연출했어요."

오는 6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햄릿'의 손진책 연출은 이번 작품을 '죽음의 인간학'이라고 정의했다.

손 연출은 2016년과 2022년에 이어 이번에 3번째로 '햄릿' 연출을 맡았다.

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 연출은 "이번 시즌 햄릿에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서 한층 더 나아가 죽음으로부터 삶을 되짚었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이전 작품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를 고민하는 햄릿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죽은 자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법'을 고민하는 작품으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손 연출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작품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햄릿은) 곧바로 죽음을 맞을지언정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진짜로 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작품"이라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비겁하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르트르식 실존주의 원형에 따라 작품을 펼쳐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2024 '햄릿' 기자간담회 2024 '햄릿' 기자간담회

강민지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이 극을 소개하고 있다. 2024.5.7

이러한 의도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대와 의상, 안무를 이전 '햄릿'과는 철저하게 구분되는 연출을 했다고 한다.

관객이 무대 위에서 '죽음이 증식하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하도록 무대 뒤쪽을 높인 '경사 무대'를 준비했고, 무채색의 현대 복식으로 오로지 실루엣과 질감의 차이만으로 인물의 특성이 발현되도록 했다.

또 삶과 죽음을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죽음이 만연하는 상황을 배우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안무가 정영두의 안무도 새로운 '햄릿'의 주요한 특색이다.

손 연출의 새로운 시도에 출연 배우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손 연출과 함께 3번째 '햄릿' 출연인 손숙 배우는 "단순히 스토리만으로 이 작품을 볼 수도 있고, 손 연출의 설명처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삶과 죽음의 차원에서 작품을 해석해도 된다"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하나씩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국내 연극계에서는 오랜만에 장기 공연되는 프로젝트로도 주목받는다. 6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84일간 80여차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최근 금전적 부담과 대관 어려움으로 불황을 겪는 국내 연극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확신은 없지만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면 항상 관객이 들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공연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최대한 객석을 채워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햄릿' 주역들 연극 '햄릿' 주역들

강민지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과 배우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5.7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이해랑 선생이 1951년 국내 초연을 연출한 뒤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신시컴퍼니는 2016년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인촌, 윤석화 등이 주연한 '햄릿'을 공연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원로 배우들이 조연과 앙상블로 출연하고 젊은 배우들이 햄릿과 오필리어 등 주연을 맡아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연출했다.

이번 시즌에도 연극계 대선배들이 조연과 앙상블로 출연하고 젊은 배우들이 주연한다

60년 경력의 최고령 배우 전무송과 이호재가 유령 역으로, 박정자와 손숙이 각각 배우1, 배우2로 출연한다.

정동환과 길용우는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를 연기하며 김성녀와 길해연은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역에 캐스팅됐다.

대선배들 사이에서 극을 이끄는 주인공 햄릿 역은 강필석과 이승주가 맡는다. 또 그룹 에프엑스 출신 루나가 오필리어 공주 역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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