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시장 화재 한 달…쏟아진 대책에도 잿더미 그대로

지난달 30일 찾은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는 한 달 전 처참했던 화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2023-04-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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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시장 개설 '스톱'…장사 못하는데 200만원 지원이 전부 화재 후 한 달 지난 인천 현대시장. 3월 30일 촬영. 화재 후 한 달 지난 인천 현대시장. 3월 30일 촬영.

[촬영 최은지]

최은지 기자 = 지난달 30일 찾은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는 한 달 전 처참했던 화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재 발생 후 거의 한 달이 지났지만 불에 타 휘어진 철골 구조물 사이로는 폐기물이 잔뜩 널려 있었고, 지붕을 가리던 아케이드도 뼈대만 남아 흉물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부 가게는 노란 출입 통제선 맞은편에서 영업을 시작했지만 행인 서너 명만 바삐 걸음을 옮길 뿐 손님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상습 방화범이 지른 불로 잿더미가 된 인천 현대시장의 피해 지원과 복구가 한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화재 직후 지역 각계에서 대책이 쏟아졌지만, 영업조차 재개하지 못한 상인들은 현실적인 지원책을 호소하고 있다.

◇ 임시시장 개설 계획도 철회…"언제 영업 재개하나"

3일 인천시 동구에 따르면 구는 당초 추진하려던 현대시장의 임시시장 개설 계획을 철회했다.

구는 현대시장 일대 2곳을 부지로 쓸 수 있을지 검토했으나 사유지여서 임시시장을 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가게가 전소된 14곳 중 9곳은 화재 한 달째인 현재도 마땅한 공간이 없어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5곳은 시장 내 빈 점포를 임시로 쓰고 있지만 수년간 주인 없이 방치된 공간인데다 전기·수도도 들어오지 않아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점포 일부가 탄 33곳도 일부만 가설 천막을 세워 영업을 재개했고 나머지는 실내 공사 중이다. 그마저도 화재로 전소된 현장이 바로 앞에 남아 있어 손님은 거의 없다.

시장 내 빈 점포에 임시로 들어간 피해 상인. 3월 30일 촬영. 시장 내 빈 점포에 임시로 들어간 피해 상인. 3월 30일 촬영.

[촬영 최은지]

이는 최근 전통시장 화재 피해를 겪은 다른 지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남 담양군은 지난해 12월 10일 창평전통시장에 불이 나자 26일 만인 지난 1월 인근 공영주차장에 임시시장을 열어 상인들의 영업을 도왔다.

경북 영덕군은 2021년 9월 전통시장인 영덕시장에 불이 나자 열흘 만에 컨테이너와 상하수도 설비를 설치해 임시시장을 마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시장 주요 시설인 아케이드 복구 작업은 올해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물 처리와 정밀 진단을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가게가 전소된 상인 이모씨는 "오죽하면 타 버린 가게 바로 앞에 작은 시유지가 있어서 거기서라도 장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구는) 위험하다며 거부했다"며 "빈 점포를 내준다지만 재개발구역 바로 옆이라 사람이 전혀 없어 생물을 파는 가게들은 갈 수가 없는 자리"라고 토로했다.

다른 피해 상인 신경희(58)씨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 빈 점포에 들어왔는데 낡은 유리문이 갑자기 깨져 허벅지를 베였다"며 "수도가 없으니 물도 안 나와서 다른 가게서 한 컵씩 얻어먹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 피해 보상·지원도 요원…벌이 끊긴 상인들 생계 막막

'폭격 맞은 듯'…화재로 잿더미된 인천 현대시장

[ 자료사진]

영업 재개가 요원한 상인들은 별다른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점포 47곳 중 7곳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점포 40곳 중 33곳도 건물 피해만 보상하는 민간보험만 가입했다.

나머지 7곳도 보상 금액이 적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만 가입해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매우 적다.

현재 피해 상인들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은 6개월간 60만원씩 주는 긴급지원, 점포당 200만원인 인천시 재해구호기금, 최대 7천만원의 소상공인긴급경영자금 융자다.

이 중 재해구호기금과 긴급지원은 중복 지원이 불가능해 긴급지원을 받은 상인은 단 한 명도 없다.

결국 지난달 31일 지급된 재해구호기금 200만원이 상인들이 받은 지원금 전부다. 동구는 피해 신고를 접수한 82명의 화재 사실 조사를 거쳐 모두 45명에게 재해구호기금을 지급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달 31일까지 모금한 화재 지원 성금은 아직 분배 방식이나 절차도 결정되지 않아 실제 지원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동구 관계자는 "최종 모금액이 확정되면 동구, 상인, 모금회 관계자들이 모인 협의회에서 배분 방식과 사용처 등을 결정해야 한다"며 "빈 점포에 들어간 상인들을 위해 전기와 수도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시장 화재는 지난 4일 오후 11시 38분께 A(48)씨의 방화로 발생해 점포 205곳 중 47곳을 태우고 진화됐다. A씨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24차례 방화를 저질러 4차례 기소됐고, 매번 실형을 선고받아 징역 10년을 복역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일반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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