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률 14.5→11.4%…尹정부 첫 로드맵

국내 산업계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 줄어들었다.

2023-03-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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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대비 3.1%p↓…에너지전환·CCUS·국제감축서 감축량 '보충'연도별 배출량 목표도 공개…해마다 줄여야 할 탄소량 늘어나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자료사진]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자료사진]

한혜원 이재영 기자 = 국내 산업계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 줄어들었다.

반면 에너지 전환 부문 감축 목표치는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 늘어났다. '탄소 포집·저장·이용(CCUS) 기술'과 다른 나라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참여해 실적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줄이는 양도 증가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첫 로드맵이다.

이번에 정부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어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유지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연도별 감축량 목표치를 제시했다.

NDC는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고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상 후퇴는 불가하기 때문에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감축률은 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0월 NDC를 상향하며 발표한 부문별 감축 목표치는 산업 부문 몫을 줄이는 것 위주로 조정됐다.

정부안을 보면 산업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3천7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2018년 대비 11.4% 줄이기로 했다.

기존 '2018년 대비 14.5% 감축'에 견줘 3.1%P(포인트) 완화된 것이다.

탄녹위는 "원료 수급과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목표를 완화했다"라고 밝혔다.

전환 부문 감축률은 2018년 대비 44.4%에서 45.9%로 1.5%P 커졌다.

탄녹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은 32.4%,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21.6%로 올린다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반영했다"며 "제11차 전기본 수립 때도 이들 발전 비중이 커질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원전 발전을 늘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너지 요금도 더 오를 전망이다.

탄녹위는 "석탄발전 감축 및 원전,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등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원리에 기반한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 체계를 마련에 수요 효율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에너지 요금 인상도 시사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제공=]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제공=]

탄녹위는 CCUS 기술을 활용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1천120만t으로 기존(1천30만t)보다 높였다.

국제감축 목표치도 3천350만t이던 것을 3천750만t으로 증가시켰다.

결국 산업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덜 줄이면서 부족한 부분을 원전·신재생에너지 활용과 CCUS라는 신기술, 국제감축으로 보충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수소 부문에서 발생할 탄소량은 840만t으로 기존(760만t)보다 늘었다.

수소는 전기차 등 친환경제품에 쓰이나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나온다.

블루수소(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되지만, CCUS로 이산화탄소가 포집된 수소) 생산 증가 등으로 수소 부문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탄녹위는 예상했다.

탄녹위는 이날 연도별 감축 목표도 밝혔다.

연도별 탄소 배출량은 2023년 6억3천390만t, 2024년 6억2천510만t, 2025년 6억1천760만t, 2026년 6억290만t, 2027년 5억8천500만t, 2028년 5억6천60만t, 2029년 5억2천950만t 등으로 설정됐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전년 대비 배출량 감소 폭'이 커지는 구조다. 특히 2029년과 2030년 사이에는 9천290만t이나 줄여야 한다. 임기가 2027년까지인 윤석열 정부가 다음 정부에 NDC 달성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김상협 탄녹위 민간공동위원장은 "국제기구에서도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기술이 현실적으로 발휘되는 시점을 2030년 전후로 본다"라면서 "2030년 전후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 것으로 다음 정부에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안에는 기업의 탄소감축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고자 기술혁신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보조·융자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주는 '배출효율기준'(BM) 할당은 전체 배출권의 75% 이상으로 확대된다.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 육·해·공 이동 수단 친환경화, 스마트팜 확산, 폐기물 자원효율등급제 도입 등 부문별 저탄소 구조 전환 정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 개발,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 등 분야에 총 89조9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탄녹위는 오는 22일 정부안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국내 산·학·연 전문가, 시민단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원래 탄소중립기본법상 이번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25일까지 수립돼야 한다. 이날 정부안 발표가 이뤄지고 마감을 불과 사흘 앞두고 공청회가 실시되면서 법정 기한 준수는 어려워졌다.

뒤늦게 정부안을 공개한 것을 두고 '밀실논의'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상협 위원장은 "시민단체와 청년들이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우리가 일방적인 행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지난했다"라면서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발표 후 계속 보완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공청회 등에서 의견수렴으로 보완된 기본계획은 탄녹위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달 최종안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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